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 정리

 

최근 학폭 논란으로 드라마, 영화 업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100%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의 경우 편성이 뒤로 밀리거나 무기한 연기되었고, 방영 중이던 드라마도 중간에 주연 배우 교체라는 엄청난 일을 겪었습니다. 한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은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역사왜곡 논란으로 2화까지 방영한 드라마가 아예 폐지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SBS ‘조선구마사’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역사왜곡 논란이 일어난 드라마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당장 최근의 철인왕후도 역사왜곡 논란이 일었었고(같은 작가이기는 합니다만) 과거 기황후와 영화 덕혜옹주도 역사왜곡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인기리에 방영되고 영화도 500만이라는 관객을 모으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선구마사는 역사왜곡 논란을 정통으로 맞으며 결국 폐지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어떤 장면들이 문제되었으며, 왜 폐지까지 가게 된 것일까요?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중국풍의 배경

 

 

가장 크게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중국풍의 배경이었습니다.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대군이 외국인 신부를 맞이하며 조선의 기생집에서 중국식 만두, 월병, 식힌 오리알 요리인 파단을 직접 대접하는 장면은 그곳이 조선인지 중국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조선의 기생집이 전체적으로 중국풍으로 꾸며져 있어 더욱 중국과 조선의 구분이 불가했습니다.

 

 

특히 등장인물중에서 무녀 역할의 배우는 중국풍의 헤어 스타일을 하고 나와 더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단순히 고증 오류라면 그냥 수정하고 넘어가면 되는 부분이지만, 중국식 배경과 중국식 음식 등 ‘중국’ 이라는 키워드가 의도적으로 깔려 있는 부분이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중국이 2000년대부터 시작한 동북공정이라는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동북공정은 우리나라 북부 지역의 역사를 중국이 본인들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동북공정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안 그래도 ‘중국풍’에 예민해져 있는데, 거기다가 조선 초를 다룬 드라마에서 대놓고 중국식을 보여주니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제작진은 이에 드라마의 배경인 의주가 명나라와 가까워 명나라 풍의 음식과 소품이 많을 것이라는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었을 뿐, 역사 왜곡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수정 하겠다고도 이야기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2. 태종과 세종대왕의 캐릭터 왜곡 논란

 

조선구사는 조선에 ‘악령’이 생겼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존 인물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에서 태종이 태조의 환상을 보고 사람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나와 크게 논란이 되었습니다. 태종이 피를 많이 흘린 군주로 인식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죄 없는 백성들을 도륙하는 왕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또한 충녕대군이 외국의 사신들을 접대하는 장면이나, 그들을 맞이 할 때 너무 낮은 자세로 있다는 점, 부적절한 대사들이 나왔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세종대왕을 저런 식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광고주들의 손절

 

 

 

조선구마사가 폐지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후원사, 광고주들이 이른바 ‘손절’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작비 없이 드라마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으로,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사실 논란에 비해 시청률은 잘 나오는 편이었지만, 결국 광고주들과 후원사들이 대중들의 눈치를 보며 드라마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조선구마사 PD와 작가

 

이번 논란으로 조선구마사의 PD와 작가가 크게 논란되었습니다. 사실 작가의 경우 전작 철인왕후도 크게 논란이었기에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았는데 저는 PD를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조선 구마사 PD를 맡은 신경수 PD는 녹두꽃, 육룡이 나르샤, 뿌리 깊은 나무 등 굵직굵직한 사극들을 연출했던 PD입니다. 특히 이번 논란을 보며 육룡이 나르샤가 큰 왜곡 없이(물론 역사적 상상력은 가미되었지만)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같은 PD였다는 것을 알고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육룡이 나르샤와 조선구마사는 시기가 비슷하기에 더욱 의아했습니다. 조선구마사는 차라리 가상의 왕조로 했으면 이 정도 논란은 일지 않았을 텐데 너무 구체적인 우리나라의 역사로 했다는 점이 빈축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가의 경우 이미 한 차례 논란이 되었던 철인왕후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입니다. 닥터 프리즈너 같이 괜찮은 작품도 쓴 분이 왜 이런 논란이 많은 작품을 썼는지 의문입니다.

 

중국 자본이 우리나라 드라마 판에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중국의 문화와 물건들이 우리나라 드라마에 출연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드라마 제작사들은 조선구마사를 반면교사 삼아 이런 역사왜곡에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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