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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초겨울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핼러윈 다음 주에 다녀왔는데 뉴욕 날씨는 좀 쌀쌀한 편이었습니다. 뉴욕의 첫인상은 배트맨 고담 나이트의 고담시와 정말 일치합니다. 고담시는 영어로 Gotham City로, 성경에서 타락하고 이기적으로 살다가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고모라의 고와 소돔의 돔을 합쳐서 GoTham 이 된 거죠. 

 

뉴욕은 정말 Gotham City 그대로 입니다. 브로드웨이를 가로지르는 대로는 하늘까지 닿을 듯 상업 전광판이 최대한의 전력을 높여 각자 번쩍입니다. 차들은 사납게 달리고 소방차와 경찰차도 심심찮게 지나다니며 경적을 울립니다. 그리고 공사 중인 곳도 많아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분주합니다. 그런데 또 희안하게 그 복잡한 길에 강아지 끌고 다니며 산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뉴욕에서의 업무를 다 마치고 짧은 휴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워낙 바쁘게 일하다 하루 휴식을 갖게 되었으나 여행 계획은 전혀 세우지 못했으므로 그저 실컷 걸어 다녔습니다. 사람도 많고 볼 것도 많아 다닐만하더라고요.

 

타임스퀘어를 지나는데 당일 뮤지컬 표를 파는 TKTS가 보였습니다. 빨간 옷을 입은 안내원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 어떤 여자분에게 "어떤 뮤지컬을 보면 좋겠는지 추천해 달라" 했습니다. 그 여자분은 '시카고'를 추천해 주었고 시카고 상영극장은 티켓 판매처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TKTS는 당일 남은 극장의 표를 함께 파는 곳으로, 티켓을 사러 줄 서 있으면 어쩌면 배우일지도 모르는 분들이 브로셔를 나눠 주며 열심히 작품 설명을 해줍니다. 

 

시카고 전용극장은 아주 오래된 건물입니다. 극장은 관객으로 가득차 있었고 세계 각국에서 온 관객들로 인해 언어도 다 제각각이었습니다. 뮤지컬 시작 전에 화장실에 가려했더니 줄이 너무 깁니다. 빠르게 포기하고 자리로 갔습니다.

 

뮤지컬은 매우 훌륭합니다. 미리 '시카고' 뮤지컬에 대해 좀 더 공부해서 지식을 쌓고 보았으면 하는 후회가 됩니다. 끝나고 나서는 숙소인 32번가 한인타운까지 걸어왔습니다. 하도 걸어 다녀서 인지 나도 뉴욕 사람인 듯한 착각도 듭니다. 불이 환한 대로 옆쪽 길로는 노숙인들이 많아 걸음을 재촉해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여행을 갈 수 없게 된 지금, 세계를 맘껏 다니던 시절이 무척 그립습니다. 그런데 희안한 일이 있습니다. 꽤 여러 나라를 다녀봤는데 그중 뉴욕이 제일 다시 가고 싶습니다. 세계 최고의 도시라는 자존심이 무척 센 도시, 좁고 시끄럽고 번화하고 머리 아픈데도 뉴욕이 좋았나 봅니다. 

 

다음번에 가게 되면 좀 더 여유있게 뉴욕을 거닐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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